그녀만큼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. 23년이란 시간동안 배우로 살며 때론 감독으로 작품을 구상하고,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때론 엄마로 한 아이의 곁을 지키고 때론 작가로 못다한 이야기들을 엮는다. 타이틀이 많은 만큼, 쉬어갈 여유란 없었을 것 같은 배우 문소리. 하지만 그녀는 쉼도 제대로 할 줄 알았다. 문소리가 소리도 없이, 고즈넉한 시공간 안에서 머물러가는 법을 알려준다. 조금 이르게 찾아온 겨울 날, 꼭 자신을 닮은 숲으로 숨어든 그녀의 잠적을 들여다보자.